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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편. 두부살에서 철인으로 (어느 현직 의사의 슬기로운 몸치생활)|나이 들어도 멘탈과 체력은 단련된다

📑 목차

    나이 들수록 빨라질 수는 없어도, 단단해질 수는 있다

    나이 들수록 빨라질 수는 없어도, 단단해질 수는 있다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계단을 오르며 호흡을 의식하게 되었고, 하루를 버티는 데에도 회복이라는 단어가 필요해졌다. 젊을 때처럼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나이는 들었지만, 대신 더 강해질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여러 인물과 사례를 찾아보았고, 그 과정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됐다. 두부살에서 철인으로는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은 대단한 재능이나 젊음을 앞세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중년의 몸으로 시작해, 끝까지 버텨낸 한 사람의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의 나를 미리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책의 핵심 흐름과 이야기 구조


    『두부살에서 철인으로』는 극적인 반전이나 과장된 성공담으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않는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매우 현실적이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년의 한 남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직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체지방은 늘고, 체력은 쉽게 바닥나며, 의지는 반복해서 무너진다. 저자는 이 상태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는 어느 날 철인 3종 경기, 즉 수영·사이클·마라톤을 연속으로 완주하는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이 목표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본인에게도 무모하게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기록이나 순위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의 기준은 단 하나, 완주다.

    책의 중반부는 거의 훈련 일지에 가깝다. 수영에서는 호흡이 무너지고, 러닝에서는 무릎 통증이 반복된다. 사이클 훈련 중에는 포기하고 싶은 날이 수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를 결론으로 삼지 않는다. 오늘 실패하면 내일 다시 시도한다는 방식으로 시간을 쌓아간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체중보다 멘탈이다. 몸은 서서히 변하지만, 생각이 먼저 달라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타인과의 비교를 완전히 내려놓는다. 다른 참가자의 속도나 기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출발선에 서는 것, 그리고 끝까지 움직이는 것이 목표의 전부가 된다. 결국 그는 철인 3종 경기의 결승선을 통과한다. 이 장면은 감정을 과하게 자극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나이가 들면 약해진다는 통념을 넘어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의 몸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수록 순발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하지만 버티는 힘, 즉 지구력과 회복력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예전처럼 빨라질 수는 없지만, 대신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는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나는 이 문장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는 과연 얼마나 쉽게 포기해왔을까. 피곤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나이를 핑계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들이 떠올랐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저자가 나보다 훨씬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 최고령 트라이애슬론 완주자의 존재


    이 책의 메시지가 허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의 이나다 히로무(稲田 弘)는 트라이애슬론 역사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2018년, 만 85세의 나이로 하와이 코나 아이언맨 대회를 완주했다. 이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철인 3종 경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기록으로 당시 세계 최고령 아이언맨 완주자로 기록되었다.

    이나다 히로무는 젊은 시절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니었다. 

    그는 중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했고, 기록 경쟁 대신 꾸준함을 선택했다. 그의 도전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5년, 82세의 나이로 코나 아이언맨에 도전했지만 제한시간을 단 5초 초과하여 실격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6년, 83세의 나이로 다시 도전해 완주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85세의 나이로 또다시 완주하며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그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은 "어제보다 오늘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문장이었다. 이 말은 『두부살에서 철인으로』의 저자가 보여준 태도와 정확히 겹친다.

    이나다 히로무는 이후 인터뷰에서 "완주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철인 경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매우 현실적이다. 그는 무리하지 않는 훈련, 충분한 회복, 그리고 일정한 루틴을 강조했다. 이는 『두부살에서 철인으로』의 저자가 선택한 방식과도 닮아 있다. 두 사람 모두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대신 지속 가능한 선택을 반복한다.

     

    중년 이후 멘탈이 무너지는 진짜 이유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달리기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대신 오래 멈춰 있던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 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나이가 들면서 체력은 줄었지만, 사실 더 크게 변한 것은 마음이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를 계산하고, 실패할 가능성을 먼저 떠올리는 습관이 몸보다 먼저 늙어 있었다.

    이나다 히로무의 사례는 이런 마음가짐과 대조된다. 82세에 단 5초 차이로 실격당한 그는 좌절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1년을 더 준비해서 83세에 다시 도전했고, 완주했다. 그리고 다시 2년 후 85세에도 완주했다. 이것이 바로 7전 8기의 정신이다. 넘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어서지 않는 것이 문제다.

    중년 이후 멘탈이 약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다. 실패 경험의 누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젊을 때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실패는 곧 "이제는 안 된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두부살에서 철인으로』의 저자는 이 구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는 훈련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한다. 기록은 늘 생각보다 느리고, 몸은 자주 아프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가 실패를 최종 판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패는 단지 오늘의 상태일 뿐, 자신의 한계를 정의하지 않는다. 이 태도는 멘탈을 지키는 핵심 장치처럼 보였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쉽게 스스로를 단정 지어왔는지 깨달았다. "나는 원래 운동을 못 해." "이 나이에 뭘 더 해." 이런 문장들이 나의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리고 있었다.

     

    과학이 증명하는 중년의 가능성

     

    중년 이후에도 향상 가능한 능력 중 하나는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이다.

    여러 노화 연구에 따르면, 최대 근력이나 순발력은 나이와 함께 감소하지만, 지구력 계열 능력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심장 기능과 뇌 혈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두부살에서 철인으로』의 저자가 보여준 변화 역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는 빠른 사람이 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선택한다. 이 선택이 멘탈에도 영향을 준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생각은 포기를 늦추고, 결국 완주 가능성을 높인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책이 단순한 개인 체험담이 아니라, 중년 이후 삶의 전략서처럼 느껴졌다. 더 잘하려는 전략이 아니라, 끝까지 가기 위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는 선택이 주는 변화

     

    '이나다 히로무'와 『두부살에서 철인으로』의 저자가 공유하는 공통점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중년 이후의 도전은 젊은 시절의 방식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더 세게,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오래, 더 꾸준히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내 일상에서 "끝까지 가는 경험"을 만들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하고, 짧더라도 매일 걷는 시간을 확보했다.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중단하지 않는 것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변화는 몸보다 생각에서 먼저 나타났다. 오늘 못한 날이 있어도, 다시 시작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됐다. 이 작은 변화가 멘탈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나는 다시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운동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두부살에서 철인으로』는 운동 이야기이지만, 본질은 삶의 태도에 가깝다. 이 책이 말하는 변화는 근육의 크기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방향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점점 덜 시도하게 된다. 실패가 두렵기보다,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 버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과 실제 철인 완주자들의 이야기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나이는 도전의 조건일 뿐, 포기의 이유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신뢰였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감각 말이다. 이 감각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조금 느려도 결국 도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믿음이다.

     

    평범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


    이 책은 특정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나처럼 평범하고, 쉽게 지치고, 자주 포기했던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내려놓지만,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 말이다.

    『두부살에서 철인으로』는 말한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고,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만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고. 나는 이 문장을 오래 기억할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도, 내일도,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으로 남을 생각이다.